동행(백두대간후기)
비가온다.
부슬부슬 거리며 하루종일 내리는 빗소리가 귓전에서 마냥 정겹게만 들린다....
벌써 장마철을 예고하는 비 였지만 이른 장마비라서인지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는 오늘비는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촉촉하고 분위기 있는 하루를 연출 중이다.
백두대간만 아니라면.........
나도 이런 분위기를 무척이나 많이 즐기는 편인데.............ㅎㅎ
언제나 그러 하듯이 비오는 날 밤에도 망서림 없이 무박산행길에 당당하게 오를 수 있는 이유는
이 밤이 지나고 내일 아침이 되면 아마도 이 비는 그쳐 줄거야.....라는 희망사항 때문일까?......
"비 온다는데 조심 해....." 라는 남편의 걱정을 뒤로하고
무슨 큰일이라도 하러 가는 사람처럼 비오는 캄캄한 그밤에 베낭을 메고 우산을 받쳐들고 거침없이 집을 나선다.
**백두대간 43구간**
날짜 : 2009. 06.20~21일 무박산행
날씨 : 대체로 맑음,
구간 : 진고개~동대산~두로봉~응복산~약수산~구룡령
산행거리 : 약 22 Km
산행시간 : 10시간 20분 (후미 없는 중간 기준)
집 나선지 약 한시간.
복잡한 상황들을 거쳐 복정역에 도착하니 내리던 빗줄기는 가늘어 지고 그나마 시원한 바람이 장마답지 않게 상쾌하다.
예정시간보다 다소 늦게 리므진이 도착을 하고 보름만에 뵙는 님들과 반가운 눈도장을 찍자마자 깊숙한 의자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한다.
평소와 달리 휴게소에 도착해서도 꼼짝않고 잠을 청 했건만 결국 온밤을 꼬박 세운 체 진고개에 도착한다.
(출석사진)
진고개(960m).....03시 30분 출발
지난 구간때 왔었던 진고개의 새벽환경이 눈에 익는다.
서울에서 출발할때 비까지 오며 흐렸던 날씨는 말끔하게 개인 듯 하다.
비 걱정을 했던 하늘은 어찌나 맑게 개였는지 무수한 별들이 은하수를 중심으로 또렷하고 촘촘히 수를 놓으며 머리 위를 흐르고 있다.
"와~~~~~비가 온다더니 저 하늘 좀 봐......저기는 금성, 저기는 북두칠성....와~~저 은하수 좀 봐....누가 오늘 비 온다고 했지?...ㅎㅎ"
출석사진을 남기고 지난 구간때와 정 반대쪽으로 출발한다.
동대산을 향한 첫걸음부터 힘든 오르막의 연속이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이마에 수건을 동여 메었는데도 불구하고 굵은 땀방울이 내 딪는 발걸음걸음 위로 뚝뚝 떨어진다.
비가 오나 오지 않으나 이미 온몸은 흠뻑 젖어 샤워를 하는 듯 하다.
"느낌에....아마도 오늘은 이렇게 하루종일 올라 갈 것만 같은 예감이네요...."라고 했더니
진표님....."맞아요....오늘은 이렇게 계속 올라갔다가 또 올라간 만큼 계속 내려갔다 를 여러번 반복해요...."라고 하신다.
"엥?....정말요?....에잉~~~이건 아닌데.....오늘따라 속도 메스껍고....에고....오늘 나 죽는 날 아닌가 모르겠네...ㅎㅎ"
(동대산 정상에서)
동대산(1,433.5m)......04시 30분
여명이 밝아오는 하늘녘에 실눈섭 같은 초저녁 달과 유난히 반짝이는 별 금성이 사이좋게 지켜보고 있다.
나뭇잎이 우거진 초여름의 새벽숲속은 거닐만 하다.
잠도 없는 새들이 우리들의 발자욱 소리에 깨었는지 여기저기에서 부지런하게 조잘조잘 거리며 의사소통들을 나눈다.
(동대산 정상에서 새벽녘 하현달과 금성......위 사진은 후레쉬 터트리지 않고 찍은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후레쉬 터트린 사진)
우거진 숲속 너머 동쪽 하늘에 여명이 밝아오고 있음을 나뭇잎 사이로 감지한다.
하루를 여는 여명의 빛이 예사롭지 않은 광채를 동반하며 새벽하늘을 장식한다.
찬란하고 화려한 일출을 꿈꾸며 벌써부터 발걸음은 바빠지고 마음은 온통 설레임속에 길을 재촉한다.
그러나 높은 산에 올라와 있다고 해서... 또는 날이 맑다고 해서 모두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실감한다.
일출을 보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전망좋은 능선을 찾아 바삐 움직였건만....
전망좋은 곳을 찾지 못해 계속 이동하고 있는 순간 이미 밝은 해는 동동 하늘 높이 떠 올라와 있지 않는가.......
그 어느날 보다도 찬란하고 화려한 일출을 볼 수 있었는데.....아깝다.....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다.
(때 놓친 일출 장면)
우거진 숲속을 파고드는 태양의 광채가 영화속 연출에 의해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환상적인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일출이후 약 50 여분 동안 펼쳐지던 그 새벽의 숲속길 장면들은 아마도 오랫동안 내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명 장면들 이 될 것이 틀림없다.
(우거진 숲속을 파고드는 태양의 광채가 영화속 연출에 의해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환상적인 장면들..계속 걸으며 약 50여분동안 볼 수 있었음)
(차돌바위에서)
차돌백이(1,242m)....05시 30분
어둠속에서 갑자기 하얀 빛이 나타나 어리둥절 하게 만든다.
일명 차돌바위라고 부르는 바위덩이 두개가 나란히 있는 곳에 다다른 것이다.
캄캄한 새벽에 보니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착각을 할 정도로 온 바위 전체가 하얀 차돌바위였다.
(두로봉 정상에서)
두로봉(1,421.9m)....07시 12분
동대산에 올라간 만큼 다시 내려와 편안한 평지를 걷는가 싶더니만 다시 끝없는 오르막이 나타난다.
동대산 못지 않게 힘든 두로봉은 오대산 비로봉으로 가는 갈림길이기도 했다.
비로봉 갈림길에 07시 10분에 도착을 했고 두로봉 정상석이 있는 곳에는 07시 12분에 도착을 했다.
초소가 있는 비로봉 갈림길과 두로봉 정상이 2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우리 대원들 대부분은 초소가 있는 그 갈림길에서 간식 및 아침식사들을 하고 두로봉을 거쳐 신배령을 향한다.
신배령은 오늘 가야 할 거리중 절반을 왔음을 의미 하는 곳이라고 한다.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안내판에 손글씨로 쓰인 희미한 글씨가 덩그러니 있을 뿐 무심코 지나가면 그곳이 신배령인조차 모를 정도이다.
(만월봉)
만월봉(1,281m)....09시 33분
역시 정상석이 없는 만월봉은 백두대간 안내판으로 정상석을 대신한다.
(응복산....진고개 15.29km <---응복산--> 구룡령 6.71km)
응복산(1,359.6m)).....10시 11분.
오늘 코스가 올라간 만큼 내려갔다가 다시 내려온 만큼 올라가기를 자그만치 7번을 해야 한다는데 응복산이 오늘의 그 네번째 산인가 보다.
슬슬 지쳐가는 몸을 의식하며 아직도 세번이나 남은 힘든 오르막을 위해서는 적절한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숨을 고르며 내스타일대로 천천히 올라서고 보니 정상석은 없지만 짐작으로 미루어 그곳이 아마 응복산 정상인가 싶다.
숲속 그늘진 곳에 모두 모여 간식 및 아침들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하고 90도 직각으로 방향을 바꿔 구룡령을 향해 출발한다.
(약수산 3.74km 전 지점.....10시 58분)
약수산 3.74km 전 지점.....10시 58분
구룡령 가는 길에 약수산이 있다고 하는데 약을 수없이 올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ㅎㅎ
그 약수산에 도착을 하면 오늘의 고생은 끝이요 행복시작이라는 내리막만 남는다 한다.
푯말에 약수산을 3.74km만 가면 된다는 지점에 도착한다.
제 아무리 힘든 코스이고 약을 올린다 한다지만 숫자상으로 3.74km이면 넉넉잡아 약 1시간 40분 정도이면 충분히 도착 할 것이라 생각하고
체력 보충을 한다음 발걸음도 가볍게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을 한다.
"몇번째 오르막인지 세다가 잊었지만 그래봤쟈 이제 몇km 않 남았는데 그안에 힘든 오르막이 뭐 그렇게 많을라구?...."
체력이 떨어져 지칠데로 지친 몸으로 푯말에 나와있는 숫자에 희망을 걸며 또 한번의 힘든 오르막을 넘는다.
(1,261봉)
1261봉....11시 40분(약수산 2.6km 전 지점)
"아니?.....아까 3.74km 남았다는 지점에서 40분을 왔는데 아직도 2.6km나 남았다구?....
그럼 뭐야...겨우 1.1km 를 40분이나 왔다는거야?.....이상하네......갸우뚱!!~" (이거 정말 슬슬 약 올리는거 맞나보네....ㅋㅋ)
그로부터 약 1시간동안을 또 오르락 내리락 하며 어쨋거나 약수산 500m 전 지점에 12시 40분에 도착을 한다.
"500m 라......저기 보이는 곳이 약수산인가 보네.....넉넉잡아 10분이면 되겠네...다 왔네....아자아자!!~화이팅!!~ㅎㅎ"
그러나.....500m 가 아니라 7~800m 도 더 된듯한 거리를 20분을 더 오르락 내리락하며 겨우 고지에 올라서고 보니
그 곳 역시 약수산이 아니라 그냥 전망이 좋은 고지일 뿐 약수산은 더 가야 한단다.
"오마이 갓~~진짜 약오르네...기대나 주지말지....이렇게 먼 거리를 500m가 뭐야 500m가....순 엉터리자나....ㅎㅎ"
(나오라는 약수산은 아니 나오고.....그러나 오늘 유일하게 전망을 할 수 있는 곳이었음...앞으로 가야 할 설악산들이 멀리 전망됨.)
(드이어 약수산 정상)
약수산(1,306m)..... 13시 10분
또 다시 10분을 더 걸어 약수산에 도착을 하고보니.....500m 남았다는 지점부터 약수산까지 약 30분이나 걸린 셈이었다.
"ㅎㅎ 이래서 약을 수없이 올린다는 말이 나왔구만.....그래서 약수산이라는 말이 말이 되네.....ㅎㅎ"
30분동안 걸었던 500m라는 거리는 500m가 아니라 어림짐작으로도 약 1km도 넘게 느껴졌었는데...
아마 우리 짐작이 틀림 없을 것이라며 확신을 하듯 우리 맘대로 못 박아 버린다...ㅎㅎ
(구룡령)
구룡령(1,013m)....13시 50분
내리막 40분을 끝으로 오늘의 목적지 구룡령에 도착한다.
빡쎈 10시간 20분의 산행이었다.
선두로 날라간 문봉림,현선씨 부부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4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함께 움직였던 구간.....
그렇게 함께 움직여 보기는 대간이래 유일한 구간이다
이제 남은 구간은 1무1박3일을 포함한 4구간.......
한구간 한구간이 줄어 들때마다 웃고 갈등했던 지나간 많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다 부질 없는 짓 일지도 모르느거늘...........................